2018. 11. 26. 03: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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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날 옛적에...
녹차 한 잔이 있었어요
아늑하게 따스하고 맛있는 녹찻잔이었지요
따끈따끈한 차였는데도 아무리 기다려도 마셔 줄 사람이 없었어요
한참을 있은 후에는 어떤 목마른 인간이 방에 바삐 쳐들어왔다가 가 버렸어요.
차가 있는 것을 몰라보니 마실 게 없는 것처럼 보였겠지요
그 목마른 인간이 방에 쳐들어왔다 가 버렸더니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어요. 외롭고 사나운 칼바람이었지요
그 녹찻잔은 칼바람을 맞는지 마셔줄 사람이 없는지 거의 자기가 존재한다는 것까지 잊게 되었습니다 ㅠㅠ
그 다음날, 어떤 정다운 아주머니가 그 방에 들어왔는데 그 식은 불쌍한 녹찻잔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
슬픈 표정을 지은 정다운 아주머니는 찻잔을 잡고 들었어요
"아들을 위하여 타 준 녹찻잔이 여기 홀로 있다니!"
마실 것 찾기 위해 방금 집을 나간 아들이 걱정되어 눈물을 펑펑 흘리고 얼마나 슬피 울어댔겠어요!
그런데 아들을 사랑하는 그 아주머니의 마음이 참 강렬했어요
아주머니의 가슴속에서 뿜어나듯이 사랑으로 만들어진 녹찻잔까지 그 아주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요!
아들을 위한 사랑을 느끼어 그 녹찻잔이 확 태여지고 다시 따스해졌어요!
그 이후로는 누구나 녹차를 그 찻잔으로 마시면 아주 맛있는 녹차 마시는 느낌에다가 사랑을 받는 느낌도 느꼈습니다.
trevarr•oops 지음
trevarr 엮음